슬랙 폭탄의 아침,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08 Dec, 2025
8시 52분, 슬랙을 연다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슬랙이 열렸다.
빨간 알림. 47개.
심호흡 한 번 하고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메시지들을 쭉 훑었다.
“K님 이거 급합니다” “어제 요청드린 건 언제쯤?” “화면 정의서 확인 부탁드려요” “@기획자K 대표님이 이거 물어보시는데요”
전부 다 급하다고 한다. 근데 정말 급한 건 3개 정도다.
경험상 그렇다.
첫 5분이 하루를 결정한다
예전에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답했다.
그게 잘못이었다.
메시지 순서 = 중요도가 아니다. 보낸 사람의 급함 = 내 우선순위도 아니다.
지금은 다르게 한다.
1단계: 읽지 않고 분류부터
- 멘션(@) 있는 것만 먼저 체크
- DM은 제목만 훑음
- 채널 메시지는 나중
2단계: 5초 룰
각 메시지당 5초만 쓴다. 판단만 한다.
- “지금 답해야 함” → 🔴
- “오늘 중” → 🟡
- “이번 주” → 🟢
- “답 안 해도 됨” → ⚪
이모지로 표시해둔다. 내 마음속으로.
3단계: 🔴만 처리
진짜 급한 건 많아봐야 5개다.
나머지는 나중이다.

급한 척하는 메시지 거르기
“급합니다”라고 쓴 메시지의 80%는 안 급하다.
진짜 급한 건 이렇게 온다:
- “운영 에러 발생”
- “대표님이 30분 뒤 미팅에서 물어보신대요”
- “유저 cs 폭주 중”
나머지는 대부분 이거다:
- “제가 급해요” (= 당신 일정은 모름)
- “오늘까지 가능할까요?” (= 어제 줬으면 좋았을 걸)
- “확인 좀” (= 대충 봐주세요)
구분하는 법.
누가 물어보나
대표님, 이해관계자, 개발 리드가 물으면 🔴. 주니어 개발자, 디자이너가 물으면 🟡. 마케팅 인턴이 물으면 🟢.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언제까지인가
“지금 당장” → 🔴 “오늘 중” → 🟡 “이번 주” → 🟢 “괜찮을 때” → ⚪
왜 급한가 썼나
이유 없으면 안 급하다.
“릴리즈 전이라” → 🔴 “회의 자료 필요” → 🟡 “궁금해서요” → 🟢
답하는 순서
🔴 급한 것부터 처리한다.
근데 답하는 방식이 있다.
즉답형 (30초 이내)
“네, 10시까지 드릴게요” “확인했습니다” “지라 티켓 확인 부탁드려요”
이런 건 바로 답한다. 고민할 필요 없다.
조사형 (5분 이상)
“스펙 확인해보고 답드릴게요” “개발팀이랑 싱크 후 회신 드립니다”
이건 시간이 걸린다. 답장에 “언제까지”를 꼭 쓴다.
안 그러면 30분마다 물어본다.
거절형
“이번 스프린트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우선순위상 다음 주 가능합니다”
이유를 쓴다. 안 그러면 싸운다.

실전 사례
어제 아침.
슬랙 62개.
10분 만에 처리한 방법
9:00 - 슬랙 열고 스크롤만. 읽지 않음. 9:03 - 멘션 7개 확인. 🔴 2개, 🟡 3개, 🟢 2개. 9:05 - 🔴 2개 답장.
첫 번째: “운영 DB 에러요” → “확인했습니다. 개발팀 호출할게요”
두 번째: “대표님이 MAU 수치 물으심” → “5분 뒤 노션에 정리해드립니다”
9:10 - 🟡 3개 일정 잡기.
“화면 정의서 리뷰” → “오후 2시 30분 어떠세요?”
“백로그 우선순위” → “내일 스프린트 리뷰 때 논의합시다”
“스펙 질문” → “컨플에 댓글 달아주시면 확인할게요”
9:15 - 🟢 2개 무시.
“이 기능 왜 이렇게 됐어요?” → 나중에. 급하지 않다.
10시쯤 답했다. 충분했다.
안 읽는 메시지
몇 가지는 아예 안 읽는다.
1. 단톡방 잡담
“점심 뭐 먹지” “주말에 뭐 했어요”
보지 않는다. 시간 낭비다.
2. 이미 해결된 스레드
누가 답 달았으면 나는 패스.
굳이 끼어들 필요 없다.
3. 나랑 상관없는 기술 논의
“React 18 마이그레이션” “DB 인덱스 최적화”
개발자들이 알아서 한다.
내가 끼어들면 방해만 된다.
4. ‘FYI’ 메시지
“참고만 하세요”
읽지 않는다. 진짜 중요하면 멘션 달았을 거다.
시간대별 전략
슬랙은 하루 종일 온다.
시간대별로 대응이 다르다.
오전 (9-11시)
- 🔴만 처리
- 🟡은 시간 잡기만
- 🟢은 무시
아침에는 집중력이 좋다. 기획서 쓸 시간이다.
슬랙에 빠지면 하루가 날아간다.
점심 (12-1시)
- 밀린 🟡 처리
- 간단한 답장만
밥 먹으면서 폰으로 본다.
노트북 열면 일하게 된다.
오후 (2-5시)
- 회의 많음
- 🟢도 처리 시작
- 내일 준비
회의 사이사이 시간에 답한다.
저녁 (6-7시)
- 급한 거 없으면 안 봄
- 있어도 내일로 미룸
퇴근 시간이다.
슬랙 끄고 집에 간다.
도구와 팁
몇 가지 설정이 도움된다.
알림 커스터마이징
- 멘션만 알림 ON
- 채널 알림은 OFF
- DM도 소리 OFF
소리 나면 집중 못 한다.
상태 메시지 활용
”🔴 급한 업무 중 (11시까지)” ”📝 기획서 작성 중” ”🍔 점심 (1시 복귀)”
이거 해놓으면 급한 거 아니면 안 보낸다.
스레드 적극 사용
답장은 스레드로.
채널에 바로 답하면 누가 누구한테 한 말인지 헷갈린다.
슬랙 끄기
집중할 때는 슬랙을 끈다.
30분, 1시간씩.
“방해금지 시간” 설정해둔다.
안 그러면 2분마다 메시지 온다.
경계 설정하기
슬랙은 끝이 없다.
경계를 정해야 한다.
즉답 노예 되지 않기
“K님 답장 빠르시네요”
칭찬 아니다. 함정이다.
빨리 답하면 앞으로도 빨리 답해야 한다.
기대치를 낮춰둔다.
‘급합니다’ 남발 견제
“무엇이 급한가요?” “언제까지 필요하신가요?”
되물으면 생각하게 된다.
진짜 급한지.
야근 시간 슬랙 안 보기
8시 넘으면 끈다.
내일 볼 거다.
“어? 못 봤네요”
이게 정답이다.
실수와 배움
초반에는 다 답했다.
47개 메시지. 47개 답장.
3시간 걸렸다.
기획서는 못 썼다.
회의 준비도 못 했다.
하루가 슬랙으로 끝났다.
지금은 안다.
슬랙은 내 일이 아니다
슬랙 답하는 게 일이 아니다.
서비스 기획하는 게 일이다.
유저 플로우 그리는 게 일이다.
데이터 분석하는 게 일이다.
슬랙은 도구다. 주인이 되면 안 된다.
모든 메시지에 답할 필요 없다
안 답해도 된다.
정말이다.
중요하면 다시 물어본다.
두 번 물어봐도 안 중요하면 그냥 그런 거다.
우선순위는 내가 정한다
“이거 급해요”
급한지는 내가 판단한다.
보낸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다.
한 달 후
이 방식으로 한 달 지났다.
바뀐 것들.
오전 2시간 확보
9시~11시는 내 시간이다.
슬랙 최소화. 기획서 작성.
생산성이 3배 올랐다.
스트레스 감소
“답 안 했다고 뭐라 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아무 일 없었다.
정말 급하면 전화 온다.
전화 안 오면 안 급한 거다.
관계 개선
답장 늦어도 이유를 말하니까 이해한다.
“스펙 정리 중이라 오후에 드릴게요”
이렇게 말하면 기다린다.
무작정 답 안 하는 것과 다르다.
마무리
슬랙은 폭탄이다.
매일 터진다.
해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급한 선 하나 긋고.
중요한 선 하나 긋고.
그 안에 있는 것만 처리한다.
나머지는 내일.
슬랙 끄고 일하는 시간. 그게 진짜 일하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