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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이해관계자 미팅, 기획서 없이 가면 안 되는 이유

이해관계자 미팅, 기획서 없이 가면 안 되는 이유

기획서 없이 간 미팅의 참사 작년 10월이었다. 마케팅팀 요청으로 잡힌 미팅. 이벤트 배너 위치 조정 건이었다. "간단한 거니까 구두로 설명하면 되겠지." 착각이었다. 회의실에 들어갔다. 마케팅팀 3명, CS팀 2명, PM 1명. 총 6명. 나는 맨손이었다. 노트북도 안 가져갔다. "배너를 메인에서 서브로 옮기려고요." 마케팅팀장이 물었다. "왜요?" "클릭률이 낮아서요." "얼마나 낮은데요?" "음... 한 0.3% 정도?" "그게 낮은 건가요?" 대답 못 했다. 벤치마크 데이터가 없었다. CS팀에서 또 물었다. "옮기면 문의 늘지 않나요?" "아니요, 괜찮을 거예요." "근거가?" 없었다. 30분 동안 질문만 받았다. 하나도 제대로 답 못 했다. 미팅 끝나고 PM이 말했다. "다음엔 자료 가져와." 얼굴이 화끈거렸다.기획서는 방패다 그 뒤로 자료 없이 미팅 간 적 없다. 기획서가 있으면 공격당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왜 이렇게 기획했어요?" 기획서 3페이지 펼친다. "유저 리서치 결과 보시면, 73%가 현재 플로우에서 이탈했습니다." "개발 공수는요?" 기획서 5페이지. "백엔드 3일, 프론트 2일, QA 1일 예상입니다." "경쟁사는 어떻게 하는데요?" 기획서 7페이지. "토스, 카카오, 네이버 3사 비교표 첨부했습니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기획서 넘긴다. 답이 다 있다. 미팅이 30분 만에 끝난다. 결정도 빠르다. 기획서는 방패이자 무기다. 지난달 경영진 보고 때였다. 신규 기능 기획안 발표. 대표님이 물었다. "이거 만들면 매출 오르나요?" 기획서 10페이지 띄웠다. "예상 전환율 개선 15%, 월 예상 매출 증가 2300만원입니다." "근거는?" "A/B 테스트 결과와 유사 케이스 벤치마킹입니다. 상세 계산식은 11페이지에 있습니다." 대표님이 고개 끄덕였다. "좋아요, 진행하세요." 5분 만에 승인났다. 자료 없었으면 한 시간 설득해도 안 될 일이었다.이해관계자는 말을 안 믿는다 마케팅팀, CS팀, 경영진. 모두 다르게 생각한다. 마케팅팀은 노출을 원한다. 배너 크게, 버튼 눈에 띄게. CS팀은 문의 감소를 원한다. UI 명확하게, 설명 자세하게. 경영진은 매출을 원한다. 전환율 높이고, 비용 줄이고. 기획자는 그 중간에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그래서 기획서가 필요하다. "이 기능은 마케팅 효율을 15% 높이지만, CS 문의는 5%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FAQ 보강으로 대응 가능합니다." trade-off를 명시한다. 선택지를 준다. "A안은 개발 2주, 매출 효과 중. B안은 개발 1개월, 매출 효과 대.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결정권자가 판단한다. 나는 정보를 제공한다. 기획서 없이 말로만 하면? "그냥 이게 좋을 것 같아요." 신뢰 제로다. 지난주 CS팀 미팅. 환불 프로세스 개선 건. CS팀장이 말했다. "환불 버튼 더 숨겨주세요. 악용 사례가 많아요." 나는 기획서를 펼쳤다. "환불 클릭 중 실제 악용은 3%입니다. 97%는 정당한 사유입니다. 버튼 숨기면 정상 유저 불편도가 40% 상승합니다." 데이터를 보여줬다. CS팀장이 인정했다. "그럼 악용 방지는 어떻게 하죠?" "2단계 인증과 사유 작성 필수로 가겠습니다. 예상 악용 감소율 60%입니다." 기획서 다음 페이지에 있었다. CS팀장이 동의했다. 데이터를 믿었다. 말은 안 믿는다. 숫자는 믿는다. 기획서에 들어갈 것들 매번 같은 구조로 작성한다. 이해관계자가 예측 가능하게. 1. 배경 (Background) 왜 이 기획을 하는가. 한 문장으로. "현재 결제 이탈률 38%, 업계 평균 22% 대비 16%p 높음." 문제를 정의한다. 숫자로. 2. 목표 (Goal)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 측정 가능하게. "결제 이탈률 38% → 25% 감소. 예상 매출 증가 월 4500만원." 목표가 애매하면 미팅이 산으로 간다. 3. 현황 분석 (AS-IS)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가. 유저 플로우, 스크린샷, 데이터. "현재 결제 페이지 로딩 4.2초. 이탈 지점 76%가 로딩 중." 문제를 시각화한다. 4. 개선안 (TO-BE) 어떻게 바꿀 것인가. 와이어프레임, 플로우 차트. "로딩 1.5초로 단축. 진행 상태 표시 추가. 간편결제 우선 노출." before-after 비교. 한눈에 보이게. 5. 예상 효과 (Expected Impact) 바꾸면 뭐가 좋아지나. 정량적, 정성적. "예상 이탈률 13%p 감소. 월 결제 건수 2200건 증가. 유저 만족도 상승." 숫자가 있으면 설득력 100배. 6. 일정 및 리소스 (Timeline & Resources) 언제, 누가, 얼마나 걸리나. "백엔드 5일, 프론트 3일, 디자인 2일, QA 2일. 총 12일. 개발자 김OO, 디자이너 이OO 투입." 일정 없으면 '언제 돼요?' 질문 폭탄. 7. 리스크 및 대응 (Risk & Mitigation) 뭐가 잘못될 수 있나. 어떻게 대응하나. "외부 결제 모듈 지연 가능성. → 대체 모듈 사전 검토 완료." 리스크 언급 안 하면 나중에 책임진다. 이 구조로 작성하면 30분 미팅이 10분이 된다.구두 설명이 위험한 이유 작년에 마케팅팀이랑 일했다. 신규 이벤트 페이지 기획. 미팅에서 구두로 합의했다. "메인 배너 넣고, 타이머 달고, 공유 버튼 추가하죠." 다들 고개 끄덕였다. 회의록도 썼다. 2주 뒤 개발 완료. 마케팅팀한테 공유했다. "어? 이거 아닌데요." "네? 미팅에서 합의한 거잖아요." "타이머는 상단에 달라고 했는데, 이건 하단이잖아요." 회의록 다시 봤다. "타이머 추가"라고만 써있었다. 위치는 없었다. "그리고 공유 버튼은 이미지도 같이 공유되게 해달라고 했는데요." 그런 얘기 없었다. 아니, 있었나? 기억 안 났다. 결국 재작업. 개발자 3일 추가 투입. 개발자가 나한테 말했다. "다음엔 기획서에 다 적어줘." 내 잘못이었다. 구두 설명은 휘발된다. 사람마다 이해도 다르게 한다. "버튼을 크게 만들어주세요." 마케팅팀 생각: 화면의 30% 차지하는 버튼. 내 생각: 기존 버튼의 1.5배. 개발자 생각: 폰트 사이즈만 키우면 되나? 같은 말을 다르게 이해한다. 기획서에 적으면? "버튼 크기: 가로 280px, 세로 56px. 패딩 16px. 폰트 18px Bold." 오해할 여지가 없다. 지금은 모든 미팅에 기획서를 가져간다. 회의 중에도 바로 수정한다. "아, 타이머 위치는 상단이 맞죠? 지금 기획서에 반영할게요." 화면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고친다. 다같이 확인한다. "네, 이거 맞습니다." 미팅 끝나면 기획서 링크 공유. Notion 또는 Confluence. "오늘 합의한 내용입니다. 내일까지 최종 검토 부탁드립니다." 24시간 안에 이의 제기 없으면 확정. 그 뒤론 "그런 거 아니라고 했는데요" 없다. 이해관계자별 맞춤 전략 같은 기획서를 모두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버전을 나눈다. 경영진용1페이지 요약본. Executive Summary. 목표, 예상 효과, 일정, 비용. 세부 기획은 부록. 대표님은 디테일 안 본다. 결론만 본다.지난달 신규 기능 보고. 1페이지: "예상 MAU 15% 증가, 월 매출 3200만원 증가, 개발 기간 6주." 대표님 반응: "좋아요, 진행하세요." 30초 만에 승인. 마케팅팀용유저 플로우 중심. 어떻게 유입되고, 어디서 전환되나. 경쟁사 사례. 측정 지표: CTR, CVR, ROAS.지난주 이벤트 페이지 기획. 마케팅팀한테는 유저 여정 5단계로 설명. "랜딩 → 관심 유도 → 참여 → 공유 → 전환." 각 단계별 예상 전환율 명시. 마케팅팀 만족. "이해 쉽네요." CS팀용유저 불편 포인트 해결 중심. FAQ 변경사항. 예상 문의 증감. 대응 가이드.환불 프로세스 개선 때. CS팀한테는 문의 시나리오 10개 작성해서 공유. "이런 경우엔 이렇게 답변하시면 됩니다." CS팀장: "이거면 충분하겠네요." 개발팀용기능 명세 상세. API 스펙, 데이터 구조, 예외 처리. 와이어프레임, 인터랙션 정의. 개발 우선순위.개발자한테는 테크 스펙 문서 별도. "이 필드는 필수, 저 필드는 선택. 에러 코드는 400, 401, 403..." 개발자: "이 정도면 작업 가능." 같은 내용, 다른 포커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걸 준다. 기획서 작성 시간은 투자다 기획서 한 건 쓰는 데 보통 하루 걸린다. 8시간. 적지 않다. "기획서 쓸 시간에 개발자랑 얘기하는 게 빠르지 않아요?" 신입 기획자가 물었다. "아니." 기획서 8시간 쓰면, 미팅 시간 20시간 줄어든다.이해관계자 설득 미팅: 2시간 → 30분 개발 커뮤니케이션: 3시간 → 1시간 수정 요청 대응: 5회 → 1회 재작업: 3일 → 0일기획서 없으면 모든 게 늘어난다. 일정, 비용, 스트레스. 지난해 프로젝트 복기했다. 기획서 있던 프로젝트: 평균 일정 준수율 87%. 기획서 없던 프로젝트: 평균 일정 준수율 43%. 2배 차이. 기획서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시간 절약이다. 요즘은 템플릿을 만들어뒀다. Notion에 12개.신규 기능 기획서 템플릿 개선 기획서 템플릿 A/B 테스트 기획서 템플릿 이해관계자 보고서 템플릿복붙하고 내용만 채운다. 2시간 안에 초안 완성. 효율이 오른다. 구두 합의는 합의가 아니다 법적으로도 문서가 우선이다. "미팅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 "회의록에 없는데요?" 끝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구두 합의는 합의가 아니다. 기록된 합의만 합의다. 작년에 프로젝트 하나 엎어질 뻔했다. 마케팅팀이랑 합의한 기능. 구두로만. 개발 80% 진행됐을 때 마케팅팀장이 바뀌었다. 새 팀장: "이거 왜 만들어요?" "전임 팀장님이랑 합의했습니다." "문서 있어요?" 없었다. "그럼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중단하죠." 3주치 개발이 날아갈 뻔했다. 다행히 슬랙 대화 기록이 있었다. 그걸 증거로 제시했다. "합의 내용입니다." 겨우 프로젝트 살렸다. 그 뒤론 모든 합의를 문서화한다. 미팅 끝나면 바로 회의록 공유. "오늘 합의 사항입니다. 48시간 내 이의 없으면 확정으로 간주합니다." 이의 제기 없으면 스크린샷 찍어서 보관. 나를 지키는 무기다. 기획서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인다 개발자가 10명이면, 10명한테 다 설명해야 한다. 1명당 30분. 총 5시간. 다음 날 또 물어본다. "그거 어떻게 하기로 했죠?" 다시 설명. 또 5시간. 기획서 하나 쓰면? "여기 보세요." 링크 하나. 10초. 질문 오면 문서 섹션 링크. "4번 항목 보시면 됩니다." 설명 반복 제로. 지난달 신규 기능 개발. 백엔드 3명, 프론트 2명, 앱 2명. 총 7명. 기획서 공유하고 질문 받았다. 슬랙에 7개 질문 왔다. 모두 기획서에 답 있었다. "3페이지 두 번째 단락 보시면 됩니다." 링크만 7번 보냈다. 커뮤니케이션 시간 90% 감소. 기획서는 자동응답 봇이다. 나를 지키는 기획서 기획은 모호하다. 정답이 없다. "이게 최선인가요?" "더 나은 방법은 없나요?" 항상 의심받는다. 기획서는 내 결정을 정당화한다. "왜 이렇게 기획했어요?" 기획서를 펼친다. "유저 리서치 32명, 경쟁사 분석 5개사, A/B 테스트 결과 반영했습니다."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감으로 한 거 아니에요?" "데이터 기반입니다. 8페이지 참고하세요." 감이 아님을 증명한다. 지난주 경영진 미팅. CFO가 물었다. "이 기능 꼭 필요한가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기획서 12페이지 띄웠다. "없으면 월 예상 손실 5200만원입니다. ROI 계산식은 여기 있습니다." CFO가 계산기 두드렸다. 10초 뒤 고개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기획서가 나를 지켰다. 기획서 없었으면? "그냥 필요할 것 같아서요." 신뢰 제로. 승인 제로. 기획자는 증명해야 하는 직업이다. 기획서는 증명서다.기획서는 선택이 아니다. 생존이다. 다음 미팅엔 꼭 가져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