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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 26 Dec, 2025
팀원 300명 회사의 조직 문화 - 스타트업 vs 중견기업
팀원 300명 회사의 조직 문화 - 스타트업 vs 중견기업 300명이라는 애매한 숫자 우리 회사 직원이 300명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크고, 중견기업이라고 하기엔 작다. 시리즈 B 받고 3년째다. 채용 공고에는 "스타트업의 역동성과 안정성을 모두"라고 쓴다. 입사하고 보니 둘 다 반쪽이다. 스타트업처럼 빠르지도, 대기업처럼 체계적이지도 않다. 예전 회사는 50명이었다. 대표님이 내 자리까지 왔다. "K님,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3초 만에 결정났다. 지금은 다르다. 대표님 얼굴 본 지 두 달됐다. 결정은 회의 3번 거쳐야 난다.의사결정의 속도 50명 회사 때. 기능 추가 제안했다. 대표님한테 슬랙 보냈다. 30분 후 "ㄱㄱ" 답장 왔다. 다음 날 개발 들어갔다. 일주일 후 배포됐다. 실패하면? 다시 빼면 됐다. 지금은? 기획서 쓴다. 5페이지. 팀장님께 보고한다. "임원진 공유해볼게요." 일주일 후. "전략실이랑 먼저 얘기해보래요." 전략실 미팅 잡는다. 2주 걸린다. 미팅 가면 질문 폭탄이다. "시장 규모는요?" "경쟁사 벤치마크는요?" "예상 MAU는요?" 답변서 쓴다. 10페이지 됐다. 다시 검토 들어간다. "데이터팀이랑 검증 필요해요." 한 달 지났다. 아직 개발 안 들어갔다. 그새 경쟁사가 비슷한 거 냈다.협업의 복잡도 50명 때는 단순했다. 기획자 3명, 개발자 15명, 디자이너 4명. 다 알았다. 이름도, 성향도. "민수님 이거 가능해요?" "어, 2일이면 돼요." 끝이었다. 지금은? 서비스기획팀 8명. 개발본부 80명. 4개 팀으로 나뉨. 디자인실 12명. 앱, 웹, 브랜드로 분리. 기능 하나 추가하려면. 먼저 어느 팀 업무인지 파악한다. 백엔드인지, 프론트인지, 둘 다인지. 그 다음 담당자 찾는다. 지라에서 이름 검색한다. 조직도 열어본다. 슬랙 DM 보낸다. "안녕하세요, 서비스기획팀 K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정중하게. 답장이 온다. "저희 팀 업무 아닌 것 같은데요." "XX팀 YY님께 여쭤보세요." YY님 찾는다. 또 DM 보낸다. 이게 3번 반복된다. 결국 찾았다. "이거 공식 요청으로 올려주세요." 지라 티켓 생성한다. 기획서 첨부한다. 스펙 명세서도 쓴다. 우선순위 협의한다. 백로그 쌓인다. 일정 조율한다. 다른 팀 일정이랑도 맞춰야 한다. 미팅 잡는다. 참석자가 6명이다. 30분 회의에 6시간 투입되는 셈이다.정치의 시작 50명 때는 정치가 없었다. 다 똑같이 바쁘고 똑같이 야근했다. 목표도 하나였다. 살아남기. 300명은 다르다. 부서가 생겼다. 부서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서비스기획팀은 신기능 원한다. 개발팀은 안정화 원한다. CS팀은 버그 수정 원한다. 다들 우선순위가 다르다. 회의 때 티격태격한다. "이건 우리가 먼저예요." 임원진도 쪼갠다. CTO는 기술 부채 해결 밀어붙인다. CPO는 신규 피처 요구한다. 중간에 낀 우리는? 눈치 본다. 어느 쪽이 더 센지. 어떤 팀은 예산 많다. 어떤 팀은 헤드카운트 늘어난다. 우리 팀은? 그대로다. 불만 쌓인다. "왜 저 팀만 지원해줘요?" 커피챗에서 푼다. 누가 승진했다는 소식 들린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다. 일은 나만큼 안 했는데. "발표를 잘하더라." "임원진이랑 친하더라." 이런 말이 돈다. 나도 모르게 계산한다. 이 프로젝트 하면 누구한테 보일까. 이 회의엔 누가 참석할까. 예전엔 안 그랬다. 일만 잘하면 됐다.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프로세스라는 이름의 족쇄 50명 때는 프로세스가 없었다. 필요하면 만들었다. 불편하면 바꿨다. 지금은 프로세스가 먼저다. "절차 따라주세요." "승인 받으셨어요?" 기획서 템플릿이 있다. 10페이지 분량이다. 빈칸 다 채워야 한다. "이거 꼭 써야 해요?" "네, 규정이에요." 누가 만든 규정인지는 모른다. 코드 리뷰 프로세스 생겼다. 2명 이상 승인 받아야 한다. 긴급 버그 수정도 마찬가지다. 장애 나면? 장애 보고서 쓴다. 회고 미팅 잡는다. 재발 방지 대책 수립한다. 좋은 건 안다. 체계가 필요한 거. 근데 가끔은 답답하다. "일단 빠르게 해보는 게 어때요?" "프로세스 무시하면 나중에 문제 돼요." 맞는 말이긴 한데. 정보의 비대칭 50명 때는 다 알았다. 회사 상황. 다음 분기 계획. 누가 그만둔다는 것도. 전체 회의가 한 달에 한 번 있었다. 다 모였다. 대표님이 직접 얘기했다. "이번 달 매출 3억입니다." "다음 달 목표는 4억입니다." "투자 유치 진행 중입니다." 투명했다. 질문하면 바로 답해줬다. 숨길 게 없었다. 지금은? 전체 회의 분기에 한 번이다. 300명이 한 곳에 못 모인다. 온라인으로 한다. 발표 자료는 PPT 50장이다. 각 본부장이 돌아가며 발표한다. 우리 본부 차례 때만 집중한다. 질문? 사전에 받는다. 선별해서 답한다. 민감한 건 "오프라인에서 따로"다. 매출이 얼마인지 모른다. 우리 팀 예산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회사 전체 로드맵은 더 모른다. 내 업무에만 집중한다. 터널 비전이다. 옆 팀이 뭐 하는지도 잘 모른다. 정보는 위에서 내려온다. 필요한 것만. 필터링돼서. 장점도 있긴 하다 불평만 한 건 아니다. 300명의 장점도 분명하다. 50명 때는 불안했다. 다음 달 월급 나올까. 투자 못 받으면 어쩌지. 지금은 좀 안정적이다. 월급은 제때 나온다. 4대 보험도 빠짐없다. 복지가 생겼다. 점심 식대 지원된다. 휴게실에 간식 있다. 연차도 눈치 안 보고 쓴다. 전문성도 높아졌다. 50명 때는 기획자가 다 했다. 디자인도 조금, 개발도 조금. 지금은 각자 역할이 명확하다. 나는 기획만 한다. 대신 기획을 깊게 한다. 배울 사람도 많다. 시니어 기획자가 3명이다. 질문하면 답해준다. 시스템도 갖춰졌다. 데이터 대시보드 있다. 지표 보면서 일한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50명 때는 맨땅에 헤딩이었다. 지금은 레일이 깔려 있다. 그 위에서 달린다. 느리긴 해도 안전하다. 혼자 삽질할 일은 없다. 누군가는 답을 안다. 어느 쪽이 나을까 자주 생각한다. 50명으로 돌아갈까. 300명에 남을까. 50명의 짜릿함. 빠른 실행.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느낌. 300명의 안정감. 체계. 전문성. 둘 다 맞는 말이다. 둘 다 틀린 말이기도 하다. 50명은 성장이 불안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올인하기 무섭다. 300명은 답답하다. 내 영향력이 작다. 톱니바퀴 하나 같다. 결국 타이밍이다. 20대 초반이면 50명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배우는 게 많다. 30대 초반인 지금은? 300명이 맞는 것 같다. 커리어도 쌓이고. 월급도 괜찮고. 근데 가끔 그립다. 50명 때의 속도. 회의 30분에 결정 나던 때. 대표님이랑 직접 얘기하던 때.300명은 어정쩡하다. 스타트업의 속도도, 대기업의 체계도 반쪽이다. 근데 이게 현실이다. 회사는 계속 커진다. 나는 적응한다.